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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서달산 숲속도서관 녹음

날짜
2025/05/09 18:19-18:54
상태
완료
태그
녹음
우선순위
1
두 번째 녹음은 서달산의 숲속도서관 옆에서 진행했다.
녹음이 되고 있을 때, 도서관 안에서 기다리는 게 원래 계획이었다. 그날 비가 많이 오기도 했고, 날씨가 은근히 쌀쌀했다. 그리고 도서관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어떤 책들이 거기에 있는지 보고, 사진도 남기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도서관에 도착했더니, 하필 휴관일이었다. 도서관 간판에 마이크를 매어놓고, 근처 정자에서 기다렸다. 비가 많이 내려서, 좋은 소리가 많이 담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녹음에 필요한 장치들을, 사진에 보이는 대로 고정해 놓았다.
장비들을 설치하고 멀리 갈 때마다 가장 걱정되는 건, 누가 가져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달마사 녹음 때도 그런 걱정을 했던 건 마찬가지였다. 그땐 보이지 않게 숨겨놨다. 오늘은 그럴 필요까진 없었다. 사람이 거의 없었다.
마이크는 방수인 것 같다. 아니면 그저 운이 좋았을 수도 …
까치들이 많았다. 날개 냅두고 종종 걸어다녔다.
정자에 아주머니 두 분이 계셨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사이인 것처럼 보였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시다가, 내가 정자에 앉으니까 두 분 다 떠나셨다. 조용하고 적막했다.
정말 오래전 사람으로 추정되는 분의 묘비가 있었다. 한자로 되어 있어서 이름을 읽지는 못했다.
돌아와서 녹음 상태를 모니터링해보니, 빗소리가 아주 잘 담겼다. 까치의 울음소리도 매우 잘 담긴 것 같다. 이 소리들이 더 매력적으로 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리버브와 에코를 걸었다. 비 내리는 날의 질척거림 내지는 물성이 강조되었다. 청자들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긴 했지만, 그냥 내 마음에 들어서 그대로 올리기로 했다.
원래는 스테레오로 오디오를 추출했지만, 모노로 해도 전혀 상관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핀 마이크의 한계 상 그렇게 풍부하고 와이드한 소리가 담길 수 없다는 자각이 들었고, 그럴 바엔 어설프게 스테레오로 하기보다 모노로 단순화한 사운드를 추출하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두 방식이 사운드 면에서 큰 차이를 가지는지 전혀 모르겠다.
가끔 LP판도 모노가 더 비쌀 때가 있다. 왜 그런가 싶다가도, 막상 들어보면 스테레오보다 좋게 느껴진다. 그런 … 효과를 노리고 있기는 하다.
다음 녹음은 서달산 정상에서 진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