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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식이 있다.
내가 소속된 밴드가 음원을 녹음하는, 서서울레코딩이라는 이름의 스튜디오가 있다. 오늘은 차기 싱글 음원의 믹싱 상태를 점검하고 보완하기 위해 갔었다. 그러다가 밴드 멤버들에게, 나 이런 것도 한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이 사이트를 보여줬었는데, 사장님께서 이게 뭐 하는 거냐고 궁금해하셨다.
필드 레코딩을 하고 있다고, 이게 대학교 강의 과제라고 설명해 드렸다. 그러더니, 자기도 필드레코딩 녹음기가 있다고, 구석에 박혀 있던 상자를 뒤적거리시더니, 꽤 좋아 뵈는 장비를 내게 보여주셨다.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사장님께서 보여주신 장비는 zoom f1이었다. 내 장비가 f2니까 내게 더 좋은 것 아닌가 싶긴 했지만, 넘버링이 꼭 성능을 따라가지는 않는다.
옆 사진 속 카메라 위에 달린, 카시오 시계처럼 생긴 기계가 f1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f2는 성능을 살짝 낮춘 대신, 들고 다니기 편하게끔 마감 처리를 깔끔하게 한 레코더였다. 반면 f1은 디자인과 경량화를 희한 대신 좋은 성능에 치중한 모델이다. 사실 그런 것보단, 사장님께서 가지고 계신 마이크가 내 것보단 훨씬 좋은 것이었다. 옆 사진에 나온 샷건 마이크처럼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f1 크기에 맞먹는 마이크가 달려 있었다. (정확한 모델명은 모르겠다)
사장님께서 이거 써도 된다고, 자기는 어차피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다. 염치 없이 받아도 상관없었겠지만, 좀 부담스러웠다. 가격이 한두푼인 것도 아니고, 내가 썼다가 망가뜨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일단 거절했다. 사장님께선 진짜 괜찮다고 몇 번 더 물어보셨는데, 혹할 뻔했지만 참았다.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니까 그냥 염치 없이 받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핀 마이크랑 비교가 되어서, 더 아쉬웠다.
다음 번에 스튜디오를 방문할 때, 조심스럽게 다시 물어보려고 한다. 여태까지 본 사장님 성격이면, 웬만해선 그냥 가져가라고 하실 것 같다.
5/25
오늘 스튜디오에 갔다 오긴 했지만, 이거에 대해 말하는 걸 까먹었다 …
다다음주가 되어서야 스튜디오를 방문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쯤이면 이미 최종발표 시점일 것 같다.
하지만 강의와는 별개로, 이 프로젝트는 나 혼자서 더 해볼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얼마간 재미를 붙이기도 했고, 필드레코딩 자체도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것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 언젠간 그 마이크를 빌릴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