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에, 기후철학 강의 시간 때 장점마을 발암 사건에 대한 시를 썼었다. 환경파괴의 해악에 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한 의도를 드러내려고 했다. 이 프로젝트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지금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정신적 기반이 되어준 것 같아서 남기려고 한다.
새카만 동공
돌담이 야트막했고, 적요로운 공기가 흘렀다
아무도 모르게 발 밑을 흐르는 녹색 광선 위로
세밀한 풀잎들 피어나는 소리 시냇물을 따라갔고
할아버지의 경운기엔 먼지가 쌓여가고 있다
응급실의 혼란한 밤이 이어졌었다
비료공장으로부터 스며 들어온 불길함이
피해자들의 가정에선 사별로 끝을 맺었고
지난 해 할아버지는 폐암으로 죽었다
우리는 분노했다, 16명의 죽음이
매캐한 연기 속으로 흩어져가고 있었다
장점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실종되었다
할아버지가 누워 있던 병원의 침상에는
탈취당한 삶의 잔여물과 자연의 절규
그리고 물컹한 신음소리만 남았다
떼죽음당한 물고기들의 눈물은 어두웠다
동공에 아로새겨진, 새카만 암흑의 소용돌이
누군가의 피붙이였던 부모와 자식, 형제들이
사라진다, 우리 모두의, 공동의 집이었던
익산시 함라면의 자연이 죽음으로 덮혔다
먼지가 켜켜히 더해가는 경운기 안장 위로
자연의 비극은 커져간다, 숨소리가 잦아들고
저수지로 가는 길목 출입금지 표지판 너머로
지구의 자매들이 절규하고 있다